싸움에 진 장수가 어찌 용맹을 말하랴!!
지난 6월12일날, 치러진 서울지방회장 선거는 여느 선거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투표하기 위해 코엑스 D홀로 들어서는데, 벌써 많은 인파가 들어와 여기저기서 인사를 나누고, 웅기중기 모여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왠지 비판없이 쓴 글은 맛이 없을 거 같고, 글을 계속해서 쓰다보면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비판적인 글을 많이 써온 나는 D홀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나를 바라보는 이들이 보내는 증오의 눈빛과 감사의 눈빛을 번갈아 받았다.
“어쩌면 그렇게 글을 시원스럽게 쓰세요!”“고맙습니다!”하는 이도 있었고, 먼발치서 알아보곤 아는 체하지 않으려고 가까이에 왔을 땐 일부러 딴전피며 외면하는 이도 있었다.
이것은 아마 나만이 겪는 희로(喜怒)가 아닐 것이다. 자신에게 득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필객(筆客)으로서 겪는 보람이자 설움일 것이다.
나는“음, 알았어!”“네 그릇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이지!”“그래, 바로 그것이 네 한계야!”“너는 거기까지야!”라고 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나 의외로 이모 부회장 후보는 내게 다가와 애정어린 말투로“요즈음 건강은 어떠세요?”하고 물었다. 속이 깊은 것으로 봐서 큰 인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의사와 다르다고 토라지거나 사갈시(蛇蝎視)하는 것은 소인배들이나 하는 짓이다.
사실 이번 게임은 김상철 당선자가 완전히 패한 게임이다. 60표차로 이겼지만 둘이 붙었기 때문에 당락을 가른 것은 30표이고 31표를 더 얻어서 이긴 것이다.
김상철 당선자는 2년동안 지방회장으로서 막강한 조직력을 가지고 서울지방회를 운영해왔다. 서울지방회는 김상철 당선자가 임명한 임원이 99명인데다가 지역회장 25명까지 합치면 임원이 총 124명이다. 그런데 겨우 31표를 더 얻어서 이긴 것을 놓고, 이겼다고 볼 수 없다. 죽을 고비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을 뿐이다.
즉 자축(自祝)해야 할 일이 아니고, 자성(自省)하고, 통탄(痛嘆)하고, 자숙(自肅)해야 할 일이다. 아마 현직 지방회장으로서 재선에서 이렇게 낮은 득표율로 이긴 예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어떻게 해왔기에 그렇게도 사람을 얻지 못했나?
투표날 전까지 김상철 후보는 갖은 악재들로 인해 참패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오죽 절박했으면 여섯 번째 선거문자 메시지에서,“세무사랑2 보급문제를 회원자율에 맡기겠다.”고 한 기존 입장을 번복해서“김상철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세무사랑2는 회원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보급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했겠나. 부디 그 마음 변치 말길 바란다.
그 선거문자 메시지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한다. 회계프로그램은 회원들의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다. 약속했으니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그렇지 않으면 만인을 상대로 한 사기(詐欺)가 된다.
회원들은 지방회장 선거를 본선으로 가기 위한 조별 리그 정도로 알고 있는 데, 서울지방회장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꼭 큰 꿈을 이루어 주기 바란다.
임채룡 후보는 바둑으로 치면, 다 이긴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끝수 마무리에서 진 것이다. 당연히 이길 것으로 알고 방심했던 탓이다. 유도에서도 유효나 효과로 100점을 축적해도 방심하다 한 번 뒤집히면 승부는 끝난다.
예를 들자면, 김상철 후보 진영의 한 선거운동원은 자기도 모르는 학교선배에게 두 번씩이나 전화해서 지지를 부탁하더라는 말이 들리고, 투표 당일날에도 코엑스 D홀 계단입구에서 투표장까지 연결되는 통로에 김상철 후보의 선거운동원만 군데 군데 도열해서 입장객에게 명함 주면서 지지를 부탁하고 있었지, 임채룡 후보의 선거운동원은 보이지 않았다.
분패(憤敗)했지만 낙담(落膽)할 필요는 없다. 故노무현을 보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러 번 떨어졌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당당히 이겼잖은가.
지방회장 재목이 아니기 때문에 좀 쉬었다 본선에 진출하라는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 들이기 바란다. 소 잡는 칼을 어찌 닭 잡는데 쓸 수 있겠는가.
빨리 마음 추스르고 현업에 복귀하여 할 일 많은 세무사회 발전을 위하여 힘을 보태 주기 바란다.
2014.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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