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신고와 세무조사
요즈음 같이 납세자나 세무대리인 등이 과세관청으로부터 그토록 시달린 적은 일찍이 없었다. 마치 역사책에서나 읽었을 조선 말기의 삼정문란(三政紊亂)을 보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에서 무상복지공약을 실천하려면, 그에 소요되는 많은 예산이 확보되어야 함에도 올해 세수전망은 8조원 이상 결함이 예상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세금에 대해 성실신고했어도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세무서의 수정신고 안내문이나 과세자료 소명요구에 대해 납세자나 세무대리인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느 한 숙박업소의 수정신고 안내문을 읽어보니, “신용카드매출액에 비례해 현금매출추정금액이 ×억원으로 산정되는데, 그 금액에 미달하게 신고를 하였으니 수정신고를 하라. 이에 대한 수정신고에 불응하면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부랴부랴 세무서 담당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얼마나 수정신고를 하면 되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의 답변인 즉, 현금매출 추정금액의 85%에 미달하게 수정신고를 한 경우에는 예외 없이 조사과로 넘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납세자의 입장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상, 납세자들은 고의로 누락시킨 것이 없어도 세무조사를 받는 것이 괴롭고 힘들기 때문에 없는 매출누락도 만들어서 수정신고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러한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고 수정신고 안내문을 내보내는 것이 지금의 과세관청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 가렴주구(苛斂誅求)란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수정신고안내에 불응하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일단 으름장을 놓고, 이에 납세자가 불안감과 공포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수정신고를 하면 그것을 과세관청이 전리품 수거하듯이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주위에는 세무서로부터 위와 같이 수정신고 안내문을 받았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이 시점에서 납세자나 세무대리인들은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일 정도로 국세청 인력이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면 엄포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괜히 겁먹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세무조사관으로 인생절반을 보낸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세무조사는 결국 조사자와 피조사자간 지구력 싸움이다.
‘시인 유죄’ ‘부인 무죄’라는 낱말을 뇌리에 두고, 조사자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끝까지 버티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대개 피조사자가 먼저 겁을 먹거나 피로감을 느끼고 조사자가 의도하는 대로 끌려가기 때문에 조사자의 판정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납세자가 세무대리인의 성실신고확인을 받아 소득세 신고를 했는지 여부도 가리지 않고 세무서에서 막무가내식으로 수정신고권장을 하는 사례도 적잖이 볼 수 있다. 이것은 납세자에게 나무에 올라가라고 해놓고 흔드는 격이다.
성실신고확인제도는 납세자가 세무대리인의 성실신고확인을 받아 신고하지 않으면, 성실신고확인서미제출가산세부과와 세무조사가 따르게 된다. 반면, 부실하게 성실신고확인을 한 세무대리인은 징계토록 규정함으로써 세무대리인의 성실신고확인을 받아 신고한 납세자에게는 세무조사를 면제해 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국세청에서는 납세자가 세무대리인의 성실신고확인을 받아 소득세를 신고한 후, 세무서의 수정신고 안내문을 받고 매출누락으로 인정해 수정신고를 한 경우에도 세무대리인에게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담보토록 한 규정을 들어 징계할 수 있는지, 혹시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자체를 부정하고 그 신고내용에 대해 소명요구 등을 하고 있는지, 이에 대해 견해표명부터 해야 할 것이다.
또 한 번은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세무서 조사과 모 조사관이 ×× 은행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었으니, 이에 대하여 담당 세무사와 사장이 함께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세무서 조사과 모 조사관에게 전화를 해서 “납세자에게 공문을 보내어 소명요구를 하든지 아니면 납세자의 사업장에 나아가 관련 자료를 주면서 해명을 요구하면 납세자가 그 자료를 가지고 세무대리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 아니냐?”고 어필함으로써 담당 공무원의 사과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근래에 와서 세무공무원이 공문 등에 의한 적법절차는 아예 무시하고, 툭하면 세무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납세자의 신고내용에 대해 소명요구를 하거나 관련 증빙자료를 요청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그야말로 불안해서 살 수 없을 지경이다.
시중의 경기는 최악의 상태인데, 아무리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또는 부족한 세수결함을 메꾸기 위한 조치라고 이해하려고해도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업하는 사람의 심리가 위축되고 불안감이 커지면 시중경기는 더 안 풀릴 것이고, 나아가 더 큰 세원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국세청은 왜 모르는가.
정부당국에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만 보고 초초해 할 것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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