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여부로 역외탈세 판단
법규정 몰랐다간 ‘탈세왕’ 오명
국세청은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탈세뿐만 아니라 국부를 유출하는 범죄행위로 보고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선포하고 그동안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다.
국세청장도 역외탈세에 대하여는 "역외탈세와의 전쟁", "악질적인 탈세행위"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강경한 입장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대표적인 사건이 왕 놀음이다.
선박왕, 구리왕, 최근에는 완구왕 등등. 그들은 왕이란 칭호를 받을 만큼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으로서 사업을 성공하기까지의 인생자체만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또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들이 어느 날 탈세왕으로 바뀌어서 온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선박왕인 시도상선의 권혁 회장에게는 4,100억원의 세금이 추징되었다. 선박왕은 세금부과가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의 과세가 정당하다고 결정하여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구리왕인 차용규 씨에게는 국세청의 역대 조사실적 중 가장 최대금액인 5,000억원에서 최대 7,000억원까지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라고 보도되었고, 탈세왕으로 등극하였다.
그러나 국세청은 조사결과 1,600억원을 추징하였고 그것도 국세청 내부에서 진행된 과세적부심사에서 세금부과가 부당하다고 결정되어 결국은 한 푼도 추징하지 못했다.
완구왕인 박종완 씨에게도 437억원을 추징하고 947억원의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는데 최근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세금추징이 어렵게 되었다.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한 일에 대해 논란이 일고 법정다툼이 벌어지게 된 이유는 거주자 여부이다.
국내 세법은 국적이나 시민권, 영주권 여부 또는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구분하여 과세하지 않고 거주자, 비거주자로 구분하여 과세의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즉 거주자는 전세계 어디에서든 소득이 발생하면 국내 세법에 의해 국내에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거소를 둔 자를 말한다. 거주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국내 거주기간, 직업, 가족의 국내 거주여부, 국내 소재 재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인 사실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실 판단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많다.
남들에게 왕으로 인정받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탈세왕으로 몰리면서 온 국민으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무거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법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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