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입금시점 기준으로 증여세 물 수 있어
재산이 많은 A씨는 가족과 친척 명의로 금융재산을 분산해 가지고 있다. 금융소득이 높으면 세금 부담도 많고, 법인을 운영하면서 생긴 자금을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돈이 남의 명의로 돼 있는 것이다.
사실 많은 자산가가 여러 가지 이유로 A씨와 같이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경우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면 증여세가 추징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런데 차명계좌에 대한 증여추정을 더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조항이 이번 2012년도 세법개정안에 포함돼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차명계좌뿐만 아니라 해외거래나 우회적인 방법의 용역거래 등을 통한 변칙적인 증여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조항도 보완됐다.
따라서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거나 향후 가족명의로 계좌를 분산하려는 경우는 개정안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차명계좌에 대한 취득시기를 추정해 과세할 수 있도록 법으로 명확하게 할 예정이다.
A씨가 아들에게 현금 5억원을 이체해 정기예금으로 차명계좌를 운용하고 있다고 하자. 이러한 경우 현행법상으로도 아들이 취득한 것으로 보고 세금을 추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증여의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으며, A씨와 아들이 차명계좌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 다툼이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실무적으로 아들이 예금을 인출해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실제 증여세를 추징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경우에도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하게 할 예정이다. A씨가 아들에게 자산을 입금한 시점을 아들이 재산을 취득한 때로 추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들이 예금을 인출하지 않더라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산을 입금하는 시기로 추정 가능하다. 다만 차명계좌의 명의자가 차명재산임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과세에서 제외될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납세자가 조세회피 목적이 없으면서 차명재산임을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금융소득을 줄이려고 가족명의로 자산을 분산하는 경우에는 소득세를 줄이려다 오히려 더 큰 금액의 증여세가 추징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편 차명계좌에 대해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의 연장 사유도 확대될 예정이다. 현행 증여세에 대한 부과제척 기간은 통상 10년이다. 그런데 신고를 하지 않거나 부정행위 등에 해당하는 경우는 15년 동안 부과가 가능하다.
여기에 한 가지 사유를 추가해서, 수증자 명의로 되어 있는 증여자의 금융재산(50억원 초과)을 수증자가 사용한 경우에도 역시 부과제척기간 15년을 적용하도록 할 예정이다.